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다시 작성하는 첫 글

Thinking Vincent 2023. 2. 19. 22:28

사실, 지금 이 첫 문장을 쓰기 전에, 제법 많은 양의 문장들을 우다다다 썼었다.

제목도 원래는 '이를 악 물고 시작하는 첫 글'이었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화나있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규칙 없이 막 쳐대며 소음을 만드는 것만 같은 문장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조금은 안정을 되찾은 상태로

처음, 그리고 다시.

내 블로그의 첫 글을 작성해 본다.

 

최근 들어 제법 많은 지인들이 블로그 시작을 권해왔었다.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인스타에 이미 많은 양의 글들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걸 여기로 다 가져온다는 건 너무나도 번거로운 일 같았다.

아마 하루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옮겨오는 과정에서 그 글들에 또 빠져버릴 것이 분명한데,

지나간 글들을 다시 꺼내와서 곱씹는 것이 과연 긍정적인가에 대해서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그래서 그냥, 지나간 몇백 개의 글들은 그냥 거기에 두려 한다.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지금의 내가 또다시 과거의 영광, 또는 아픔에 빠져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건 나중에 또 비슷한 상황에 쳐했을 때, 가장 최악의 상황이 닥쳐왔을 때 꺼내봐야겠다.

+물론 과거의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는 삶은 No. 사람이 과거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내가 과거의 작은 영광들에 취해 앞으로 나아가길 망설였기 때문에, 이렇게 쓰는 것이다.

 

왜 갑자기 블로그를 쓰는가에 대해서는...

결정적으로는 단 한 명의 사람 덕분이다.

아직 친분이 많이 없지만... 그와 나는 너무나도 닮아 보인다.

그러나 그는 더 강한 사람이다.

그는 안주하지 않고 나아갔다.

나아가고 나아가서 자신의 꿈에, 자신이 동경하던 별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별을 향해 항해하며 겪은 일들이 그의 블로그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남 따라 살고 싶지 않은 나이지만, 그를 동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래서 용기를 내어 첫 글을 쓴다.

 

이 정리되지 않은 제법 흥분한 상태로 쓴 글이 나중에 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분명한 사실들은

 

나는 다시 글을 쓴다.

과거의 글들과 나를 조금은 멀리한 채,

어쩌면 완전히 파괴하고

다시 글을 쓰며 나아가려 한다.

 

기록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기 위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갈 건지 알기 위해 쓰는 것이다.

기록은 그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찍히는 발자국일 뿐.

 

이 여정의 끝에 분명히 더 나아진 내가 있길.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길.

먼 훗날 내 발자국이 누군가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이 될 수 있길.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9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