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이전의 나는 주장하는 것에 거침이 없었다. 내 의견이 틀리더라도 괜찮고,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청자의 역할이라 생각했었기에 그저 최대한 덜 틀리도록 노력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GDSC 리드를 하면서 역할이 부여되고, 책임이 부여되고, 또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자 상황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 내가 한 말이 틀리면 어떡하지? 조직의 방향과 맞지 않는 말이면 어떡하지? 애초에 그런 조직의 방향은 누가 정한거지? 혹시 나일까? 나의 말 하나에 사람들이 하던 일이 엎어질 수 있고, 또 그들의 동기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반대로 나의 말 하나에 누군가에게 새로운 일이 생길 수 있고, 또 그들에게 큰..
인정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까먹는다! 정말 인상깊은 일을 겪어도, 아둥바둥 열심히 배워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까먹는게 당연한가보다. 지난 6개월간 GDSC의 리드로서,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많은 일들을 겪었다. 나의 한 학기는 온통 GDSC였다. 근데... 기록하지 않고 폭주기관차처럼 달렸더니 이제와서 무엇부터 어떻게 리마인드 해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러면 그냥 리드 호소인이 될 뿐이다. 나중에 면접가서 GDSC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나를 보증해주는 것도 아니잖나. 결국 내가 다 설명해야할텐데! 이전에 글을 쓸 때는, 완벽한 글 내지는 최소한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글을 쓰겠노라 다짐하며 글 하나에 한 시간씩 투자했었다. 그러다보니 쉽게 지쳐버려 오래 글을 쓰지 못 했다. 하루..
최근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 생에 잊히지 않을 갈등도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갈등이란 걸 겪은 적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았었기 때문이다. 초중고에서도, 군대에서도 기억에 남는 갈등은 딱히 없었다. 늘 중재하는 입장이었지. 이곳에 자세한 이야기를 적을 수는 없지만, 이번 갈등의 원인에 대해 계속,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 원인 중에서 업무적인 것들도 있었지만, 그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공동의 일도 있었지만, 그중에서는 내 열등감도 존재했다. 나는 외면하던 열등감을 드디어 마주하게 됐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열등감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의사도, 좋은 대학을 다니는 사람도, 변호사도 검사도 정치인도, 딱히 별 생각이 들지 않았고, 그냥 그들을 존중하고 또 대단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경제학 열..
글은 결국 온전히 내 손으로 써야 한다. Chat GPT한테 맡길게 아니잖은가. 따라서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수준 이상의 글을 써보겠다는 건 만용이다. 그럼 계속해서 쓰면 글이 늘까? (문학적, 과학적으로)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공부를 안 하면 하루에 글을 10편 써도 그 10편이 다 비슷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더 좋은, 더 정돈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할 것 같다. 우선은 책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컴퓨터 공학의 길을 선택한 이후 책을 너무 멀리 하고 산다. 사회과학도 시절엔 안 이랬는데... 근데 뭐, 어떻게 공학을 탓하겠나. 내가 귀찮아서 안 읽은 거지.
어제저녁 첫 글을 쓰며 나는 마지막 즈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록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기 위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갈 건지 알기 위해 쓰는 것이다. 기록은 그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찍히는 발자국일 뿐. 근데 오늘 버스를 타고 거제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다 보니... 이 내용의 의미를 수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4시간 30분 동안 차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 중에서 제법 중요해 보이는 것들도 끼어있었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 생각으로 넘어가면서 앞의 중요해 보였던 생각들을 까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때 딱 떠올랐다. 아. 내가 예전에, 군대에서까지 메모장을 24시간 품고 다니며 항상 뭔가를 기록했던 이유가 바로 이..
사실, 지금 이 첫 문장을 쓰기 전에, 제법 많은 양의 문장들을 우다다다 썼었다. 제목도 원래는 '이를 악 물고 시작하는 첫 글'이었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화나있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규칙 없이 막 쳐대며 소음을 만드는 것만 같은 문장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조금은 안정을 되찾은 상태로 처음, 그리고 다시. 내 블로그의 첫 글을 작성해 본다. 최근 들어 제법 많은 지인들이 블로그 시작을 권해왔었다.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인스타에 이미 많은 양의 글들을 써놓았기 때문이다. 그걸 여기로 다 가져온다는 건 너무나도 번거로운 일 같았다. 아마 하루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옮겨오는 과정에서 그 글들에 또 빠져버릴 것이 분명한데, 지나간 글들을 다시 꺼내와서 곱씹는 것이 과연 긍정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