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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첫 글을 쓰며 나는 마지막 즈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록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기 위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갈 건지 알기 위해 쓰는 것이다.
기록은 그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찍히는 발자국일 뿐.
근데 오늘 버스를 타고 거제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다 보니...
이 내용의 의미를 수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4시간 30분 동안 차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 중에서 제법 중요해 보이는 것들도 끼어있었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 생각으로 넘어가면서 앞의 중요해 보였던 생각들을 까먹는다는 것이었다.
그때 딱 떠올랐다.
아.
내가 예전에, 군대에서까지 메모장을 24시간 품고 다니며 항상 뭔가를 기록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내가 내 장점마저 파괴하려 했구나!
생각은 금방 휘발된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먼저 그 생각을 기억해야 할게 아닌가.
곧바로 메모장 앱을 켰다. 그리고 생각들을 기록했다.
기록을 마치고 나니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생각을 하게 되는 이 상황. 이 복잡한 기분.
오랜 시간 동안,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정도로 제법 긴,
잊고 있던 나
생각하는 나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나를 되찾은 것이다!
기록을 함으로써 잊고있던 나를 되찾은 것이다.
(무슨 댕소린가 싶을 것이다. 나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블로그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생각나는 대로 타자를 두들기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기록을 다시 시작하니 금방 잊혀버렸던 소중한 생각들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기록을 상대적으로 저평가했던 어제의 글을 조금 수정해 보겠다.
기록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나는 기록할 것이다.
나아가기 위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갈 건지 알기 위해.
더 나아가기 위해.
기록은 그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찍히는 발자국일 뿐.